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. 생일이라고 어머니께서 오백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 손에 꼭 쥐여 주셨다. “시장에 가서 혼자 짜장면 한 그릇 사 먹고 오너라. 네가 아직 어려서 힘이 부족하니, 옆자리에 앉아 있는 어른에게 짜장면을 비벼 달라고 부탁하고.” 나는 러닝셔츠 차림으로 한달음에 시장까지 달려갔다. 짜장면 집에 들어가 보니 어떤 아저씨가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딸아이의 짜장면을 비벼 주고 있었다. 나도 짜장면 한 그릇을 시킨 뒤,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대로 그 아저씨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했다. “아저씨, 제 짜장면도 좀 비벼 주실래요?” 아저씨는 흔쾌히 내 짜장면을 비벼 주셨다. 나는 그 짜장면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처럼 먹었다.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다. 생일에 짜장면을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. 그러나 그때는 알지 못했다. 왜 생일인데도 우리 식구 모두가 짜장면 집에 가서 함께 먹지 못했는지, 왜 어머니는 나를 혼자 보내셨는지 이해하지 못했다. 짜장면 한 그릇에 오백 원이었지만, 여자 혼자의 몸으로 다섯 자식을 키워야 했던 어머니에게는 그 오백 원도 쉽게 쓸 수 없는 큰돈이었